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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인류의 다음 에너지- 바이오가스 (농부이반/귀농본부사랑방)

덕천인물 2008. 8. 1. 11:38

 

 유기농이 어려운 숨은 이유


유기농업이 관행농업에 비해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풀매기요 그 다음은 병충해와의 싸움이다. 그런데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은 어려움중 하나는 화학비료를 대신할만한 유기질 비료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화학비료는 밑거름이나 웃거름으로 쓰기에 간편할뿐더러 효과가 매우 빠르다. 흙이나 지표의 물기에 녹아들어 바로 작물에 흡수되기 때문이다. 반면에 작물을 유기재배할 때 거름기가 딸리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잘 발효된 퇴비를 주어도 흡수되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퇴비는 웃거름으로 그리 적합하지 않다. 특히 생육 기간이 짧은 잎채소류는 거름을 빨아들이기 전에 수확시기가 다가오기 마련이다. 대안은 물거름(液肥)이지만 시중에서 파는 유기농 자재는 값에 비해 효과가 너무 적다. 글쓴이도 좋다는 유기농 자재는 널리 사용해 봤지만 광고 문구처럼 농부의 갈급함을 채워주는 제품을 본 적이 없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청초액비나 퇴비차 등을 직접 만들어 쓸 수는 있지만 만들기가 복잡하고 거름기가 많은 것도 아니다. 또 때마다 반복적으로 준비하기도 여간 번거롭지 않다. 과연 거름기가 충분하면서도 간편하고, 필요할 때 언제든지 쓸 수 있는 유기질 비료란 농부의 꿈에 불과할까? 아니다. 있다! 유기 농부가 꿈꾸는 거름, 바이오 액비이다. 자, 지금부터 유기농가에 꼭 필요한 바이오가스 시스템(biogas system)을 만나보자.

 인류의 다음 에너지-바이오가스


바이오가스 시스템이란 쉽게 말해 잘 알려진 메탄 가스와 물거름을 함께 얻을 수 있는 장치를 말한다. 주로 가스를 얻기 위해 70년대 농촌에 보급되었지만 원시적인 설비로 관리가 어렵고 특유의 악취로 인해 곧 석유풍로와 연탄에 밀려났다. 마치 LPG가 보급되어 석유풍로와 연탄을 대체한 것처럼 말이다.

때문에 지금도 바이오 가스는 세계적으로 중국, 인도, 네팔 등 문명의 혜택이 미치지 못하는 나라의 농산촌 지역과 선진국의 신재생 에너지로 일부 활용되고 있다. 선진국에선 주로 축분을 이용한 액비제조와 하수종말처리장, 쓰레기 매립장 등에서 부산물로 가스를 얻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비슷한 상황이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늘 그렇지만 최근 석유값이 급등하자 다시금 바이오가스에 눈을 돌리고 있으나 정작 지나치고 있는 것은 물거름의 무한한 가치이다.

<바이오가스 장치>  

 유기농가에 재보급되어야 하는 까닭


바이오가스를 얻기 위해서는 짐승의 똥이나 인분, 음식물이나 잡초 등 생쓰레기를 물과 1:1로 섞어 FRP로 만든 발효탱크에 넣어주면 된다. 보통 가동한지 2개월이면 가스를 쓸 수 있고 6개월 뒤 양질의 물거름을 얻을 수 있다. 축분의 자체 에너지를 100으로 볼 때 바이오가스로 35%, 발효열로 2%가 날아가고 63%가 물거름속의 양분으로 남는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부분이 물거름이다. 특히 농가에서는 더욱 그렇다. 현재 시중의 생선 아미노산이 2ℓ에 만원인데 농도는 다르지만 연간 7천~8천ℓ의 물거름을 얻는다면 이 장치의 효용은 지금과는 다르게 평가되어야 한다.

그간 화학비료를 대신한 유기농의 일등공신이 퇴(구)비이지만 발효되면서 전체 에너지의 절반 가까이가 발효열로 소실된다. 그에 반해 물거름은 단지 2% 정도이다. 또한 퇴비는 제대로 부숙시키지 않을 경우 병원균의 온상 역할을 하기 쉽다. 하지만 물거름은 산소가 필요치 않은 혐기(嫌氣)발효를 거치기 때문에 병원균을 찾아보기 어려운 청정비료이다. 게다가 식물의 뿌리털에서 바로 빨아들일 수 있도록 분해되어 흡수가 매우 빠르다. 물거름을 모 키우는 데 사용한 어느 귀농 동료는 “효과가 화학비료만큼 빠른 것 같다”고 했다.

물거름의 역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본 자료에 의하면 돼지의 음용수로 사용할 경우 지방층이 얇아지고 육질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축사 내에 뿌리면 파리를 쫓는 방역(防疫)제로도 가능하고  농작물의 살균, 살충효과도 있다고 한다. 실제로 3년 전에 웃거름으로 하우스 완두콩에 살포하자 부수적으로 탄저병이 가라앉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웃거름 외에 밑거름으로 마늘의 밑거름으로 사용한 결과 이듬해 튼실한 마늘을 수확하였다.

고품질 거름과 병충해 예방에 재생가능 에너지까지 얻는다면 농가에 이보다 더 좋은 기술이 또 있을까? 아마도 경제학자 슈마허가 정의한 적정기술(appropriate technology)에 가장 근접한 대체기술이라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5년 전 우리집에 이 장치를 설치할 때 관계기관의 담당자를 초청했지만 ‘소규모 장치는 이미 실패한 기술’이라 하여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그이들은 2백톤 이상의 대규모 시설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나 바이오 가스의 세계적인 표준은 8~10t이다. 또한 이른바 생태기술의 성패는 규모화보다는 분산화에 있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글쓴이를 포함한 우리 <손수 에너지>팀은 우리집에 이어 이듬해 풀무전공부에 15t 규모와 2004년 윤구병 님이 이끄는 변산공동체에 8t 짜리를 자원봉사로 시공한 바 있다. 이 중 풀무학교에서 보름간 일본의 민간단체인 바이오가스 카라반과의 공동작업을 통해 일본의 현황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바이오가스 시스템은 아직은 미완(未完)의 기술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추운 겨울에도 발효가 잘 되도록 발효조 바닥에 온수배관을 하기도 하고 태양열 온수기와도 연계해보는 것이다. 즉 입지조건에 따라 얼마든지 다양한 변신이 가능하다. 

나아가 농촌의 축산농가나 일반농가 뿐만 아니라 도시에서도 충분히 활용가능한 특성을 갖췄다. 혐기발효 방식이라 냄새가 거의 나지 않고 물과 섞는 습식발효 방식이어서 음식물 쓰레기를 곧바로 처리할 수 있다. 가스는 난방에 활용하고 액비는 염분을 제거한 후 고품질 비료로 가로수나 원예용으로 사용할 수 있고 남는 양은 농촌으로 보내거나 판매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메탄(CH4)은 이산화탄소(CO2)보다 온실효과가 10배 이상 강한 온난화의 주범이므로 가능한 활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 부부는 발생된 가스를 주로 밖에서 보리차를 끓이는 데 썼다. 에너지전환센터 등 관련단체 회원들이 방문 시에는 차를 끓여 대접하기도 했지만 농부인 나는 가스보다는 물거름이 더 반갑고 고맙다. 따라서 이 장치의 이름도 잘 알려진 바이오가스 시스템이 아니라 바이오액비 시스템이라 부르고 싶다. 지금은 물거름이 단순히 부산물이라 불리지만 에너지의 총량도 가스(35%)보다는 액비(63%)가 더 많지 않은가. 가스든 물거름이든 이 장치가 농촌과 도시 곳곳에 보급되어 지구와 자연을 살리는 생태적 미래기술이자 인류의 다음 에너지로 다시금 속 깊게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출처 : 오두막 마을
글쓴이 : 나무지기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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